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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재의 흔한 일상

요즘 푹 빠진 노래 눈물참기,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

by 제주둥이파파 202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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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을 때면, 때로는 내 마음을 누가 들여다봤나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를 과거의 어느순간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요즘 내가 푹 빠진 노래 '눈물참기' 가 그랬다.

 

사실 가수인 'qwer'은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긴했다.

qwer : 순서대로 베이스 마젠타, 드럼 쵸단, 보컬 시연, 일렉기타(키보드) 시연

 

스트리머 3명과 일본아이돌 출신 1명이, 헬스 유튜버인 '김계란'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그룹.

당연히 노래도 꽤 듣긴 했다.

데뷔곡인 'Discord'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이 들었던 '고민중독'과 '내이름맑음'까지.

그런데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신나고 듣기 좋은 노래정도?

스트리머 출신이 세명이라던데 생각보다 잘하네?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눈물참기'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그에 앞서, 음악과 관련된 조금 전문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우리가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을 얻게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음악의 진행이 예상대로 간다면: 편안함을 느끼지만 지루할 수 있다
  • 음악의 진행이 예상외로 간다면: 흥미를 느끼지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감안하고, 곡을 만들어야 청자로 하여금 '감동과 몰입'을 얻을 수 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예측의 불확실성' 과 관련된 제목의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이러한면에서 '눈물참기'는 앞의 곡들보다는 조화가 적절히 잘 이루어진 곡이었다.

(물론, 노래의 작곡자는 따로 있는데?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음 ^^;)

 

 

특히, 이 노래에서 나를 감동시킨 첫번째 요소는 '가사' 였다.

모든 가사가 와닿았지만 특히, 아래 부분이 제일 좋았다.

 

말해줘 다 잘될 거라고
도와줘 겁 많은 나라서
날 믿을 수 없을 땐, 어떡해야 하나요
누구라도 말해줘요
넘어지는 게 아직 너무 어려운가 봐

아직 정신만큼은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pc방을 쏘다니던 10대에 멈춰있는데,

어느새 몸만 훌쩍 자라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그 결실인 아이들도 동시에 둘이나 얻었고,

이제는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세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내 정신은 10대에 멈춰있기에 여전히 겁이 많다.

내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지금의 행복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 같다.

특히나, 아이들이 점점 커가고 있는 요즘은 정말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나를 못믿는데 나를 믿는 내 가족들,

몸이 고되고 일이 힘들때는 하루에도 여러번 쉬고싶다는 생각도 하는데,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친구들을 불러서 진탕 마시고 싶은 철부지인데..

날이 갈수록 넘어질 수 없는 이유만 늘어가는 기분이다.

 

이렇게 내 상황을 알아주는 듯한 가사에 빠져 있을때쯤,

노래는 흘러흘러 이제는 '위로'를 해주는 가사까지 나온다.

내가 지금까지도 즐겨 듣는 황규영의 '나는문제없어' 라는 노래만큼이나

요새의 나를 위로해주는 노래가 된 순간이었다 ^^;

 

 

또, 두번째 감동 포인트는 개인적인 상황이 겹친 '과거회상' 부분이다.

아무래도 밴드그룹이기에 악기소리를 듣다보면 나를 과거로 데려다준다.

 

고등학교 부서 활동에서 처음 접한 '색소폰'에 재미가 들렸던 그 순간,

처음 다른악기들과 합주를 해봤을때 느꼈던 그 짜릿함,

내가 남들보다 음악적 재능이 있었음을 알았을 때의 희열,

정말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하는 재능을 만났을때의 좌절감,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비전공자인 내가 군악대에 합격했을때의 성취감,

군악대에서 각종 행사를 하면서 점점 실력이 늘고있음을 느꼈던 향상감,

우리의 음악을 듣는 관객들의 눈빛에서 기쁨을 봤을때 느꼈던 뿌듯함,

다시 사회에 나와 음악을 업으로 삼았을때의 긴장감 등등

 

지금까지도 노래를 들으면 잊고있던 과거의 어느순간순간 속으로 데려다준다.

 

 

마지막으로는 멤버 '개개인의 서사'를 알게되면서 느낀 감동이다.

노래가 좋아질수록 멤버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이렇게 예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인데 왜이렇게 안티가 많은건지,

그리고 좋아하는 팬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궁금한 마음에 이래저래 찾아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 드럼 :쵸단 – 실제로 대학교까지 드럼을 전공했었고, 음악을 한때 포기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치않은 기회를 통해 다시금 원래의 꿈을 향해 돌아왔고, 팀의 유일한 전공자이기에 아마추어같이 느껴지지 않는 그룹의 중심을 잡아준다
  • 베이스 : 마젠타 – 거의 생초보에 가까운 실력으로 베이스를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습하며 팀 내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멤버. 그녀의 노력은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 일렉트릭 기타/키보드 : 히나 – 원래는 작곡 전공으로 대학을 꿈꿨지만 실패했고, 스튜어디스를 꿈꾸며 항공서비스로 입학. 원래의 꿈이 음악이었던만큼 피아노는 전공처럼 다뤘지만 일렉기타는 거의 처음. 하지만 지금은 완연한 밴드 기타리스트로서 무대를 채우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 보컬 : 시연 – 멤버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 NMB48의 멤버 중 1인이었고, 결국은 그룹활동에서 좌절을 겪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던 순간 찾아온 기회로 qwer라는 그룹의 마지막 키, '보컬'로 합류한다

모든 멤버들의 서사가 다 나에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포기했었던 꿈을 다시 꿈꾸게 됐을때의 기분은 어떨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나로 인해 내 주변사람들까지 욕을 먹을때 이를 노력으로 이겨내려면 얼만큼 노력을 해야할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접었던 꿈을 다시한번 꾸게되면서 사실 나에게도 재능이 있었음을 알게됐을때의 기분은 어떨까,

항상 주목받지 못하며 타국 생활을 하다가 팀의 중심이 되었을때의 중압감은 어떨까,

 

나또한 군악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입술이 멀쩡한 날이 없을정도로 하루 최소 4시간, 행사가 없을때는 16시간까지 악기를 불긴했지만, 이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20살이 넘은 저 예쁜 친구들이 모든 주변의 유혹을 물리치고 16시간씩 연습을 한다?

결국은 그를 통해서 자신을 욕하던 사람들까지 전부 팬으로 만들었다?

군악대의 경험을 제외하고는 '포기'가 상당히 빨랐던 나로서는 감히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들이었다.

qwer 캐리커쳐 : 별로 비슷하진 않은듯 ㅎㅎ

 

이러한 감동포인트들을 가지고 노래를 듣다보면 매번매번 참 새롭다.

오늘따라 유난히 와닿는 가사, 노래를 들으면서 떠올리는 장면, 그리고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경외감.

도저히 싫어할 수 있는 부분이 한군데도 없었다 ^^;

그리고 이런 모든 부분이 뮤직비디오 한편에 다 녹아있는데, 어찌 안보고 넘어갈 수 있을까.

라이브 공연 영상도 참 좋지만, 멤버들의 서사가 있는 뮤직비디오 또한 정말 잘 만든듯 싶다.

 

갑작스레 현장직으로 보직이 변경되며 하루하루 피로감이 쌓여가는 요즘,

오늘도 나는 qwer의 노래를 들으면서 위안과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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