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업체의 설움 feat.오름

요근래 생산팀 직원의 부상으로 인해 현장근무로 바뀐지 한달정도 됐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정말 간만에 뜨악 한 현장을 찾게됐습니다 ㅎㅎ

 

솔직히, 14년째 근속하면서 처음 3년간 현장근무를 할때

말도 안되는 현장도 워낙 많아서.. 그정도 급은 아니지만

이번 현장은 다른의미로 역대급이긴 했습니다 ^^;

 

 

제주 동쪽, 그 유명한 스누피랜드를 가는 길목에

'거슨세미오름' 이라는 높이가 380m정도 되는 오름이 하나 있습니다.

요근래 핫해진 '비밀의숲' 건너편에 있는 오름입니다.

(비밀의숲과 근처 안돌오름은 사진 명소, 저희부부 스냅사진도 여기서 ㅎㅎ)

 

무튼, 이 오름의 동쪽과 서쪽 정상에 벤치를 1개씩 납품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대개, 벤치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계약조건은 '현장설치도' 이기에

이번 모델의 경우 50만원짜리 벤치에 부가세와 현장 설치까지 포함된 금액입니다.

 

일단은 요청이 들어왔기에 답사를 가야했습니다.

진입로는 어디인지, 중간에 장애물은 없는지, 현장 지반과 설치위치는 어떠한지 등등.

 

이미 오후 다섯시였지만 주차장에서 맨손으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400m 정도 걸으니, 안내판의 내용처럼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거슨세미오름 1갈림길

 

이제 반 정도 왔으려나? 하는 희망으로 정상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봤습니다.

다행히 경사는 심하지 않았지만, 걸을수록 이건 정상이 아니라 둘레길 같은데? 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거슨세미오름 2갈림길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역시나 둘레길이었고, 정상까지 560m 정도를 더 가야하네요 ^^;

이미 여기까지 총 15-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거슨세미오름 중턱 벤치

 

경사가 심한 초반구간을 지나고나니 잠깐 평지구간이 나타났습니다.

설치한지 얼마 되지않은 듯한 벤치가 하나 보이네요.

저 벤치도 바닥 주추(보통은 경계석 사용)까지 합하면 무게가 80kg는 나갈텐데,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면서 정상으로 꾸역꾸역 움직여 봅니다.

 

거슨세미오름 서쪽 정상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만!?

저 파손이 심한 통나무 벤치는 둘째치고 너무 깨끗한 평상이 있네요?

초소를 기준으로 동쪽에 하나, 서쪽에 하나.

 

이 발주건을 진행한 담당 공무원이 진행한 일이라면 당연히 벤치 주문을 안했을텐데..

라는 생각에 부라부랴 사진을 사장님께 전송했습니다.

 

"사장님, 여기 정상까지 걸어서 40분 걸리구요, 여기 새거처럼 보이는 평상 2개가 있네요"

"담당공무원한테 얘기해서 장소를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발주하기로 계약 된 자사의 벤치모델은 양쪽이 돌로 된 모델로,

총 무게가 160kg는 나가거든요 ^^;;;

 

상황이 여의치않다면, 지게에 지고 올라갸아하지만

왠만하면 운반기를 통해 아주 느리지만 납품 자체는 가능합니다...만!

그래도 꼴랑 50만원을 벌기위해, 2명이 반나절을 써야한다면...

후우... ㅋㅋㅋ

 

무튼, 결론적으로 이 곳의 설치는 제외하고 반대편 정상에 하기로 했습니다.

상황을 고려하여 벤치의 모델도 기존 설치된것처럼 등벤치로 바꼈구요.

다행히 최소한의 상식은 살아있는 세상이었습니다 ㅋㅋ

 

오랜만에 '참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연장근무를 했다고,

법카로 맛있는 저녁까지 해결했습니다 헤헤

나란남자.. 단순한 남자..

 

막상 블로그의 주제를 바꾸고 일상글을 쓰려니 굉장히 어색하네요 ^^;

시작은 간단하게 저의 업무와 관련된 글로 시작해봅니다.

모든분들이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계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ㅎ

 

다들 파이팅입니다!

 

마무리로, 거슨세미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뷰 사진 첨부해봅니다 :D

거슨세미오름 서쪽 정상1

거슨세미오름 서쪽 정상2

거슨세미오름 서쪽 정상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