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개인적이고 우울한 내용입니다
우울해지기 싫으신분들은 넘어가주세요 ^^;
원래의 나는 굉장히 비관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좋은게 좋은거다,
항상 호인인척 웃으며 지낸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는 차라리 속으로
'내 탓이오'를 외치며 삭이는 편이다
그랬던 내가 나와는 정 반대인
사랑이 참 많고, 사랑을 주는 법을 잘 아는,
사랑스러운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덕분에 나도 사랑을 배우는 방법을 배웠고,
그 사랑을 우리 둥이들한테 주려고 노력하고있다
하지만 애초 크게 결혼 생각이 없었던 둘의 만남,
없는 살림으로 시작한것치곤 참 열심히 살아왔다
18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우리 부부가 모은 돈이 얼마인지,
결국 이조차도 증명하는 방법은 결국 돈인듯싶다
하지만, 결혼후 6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간의 월급 인상폭은 고작 20만원
제주도 치고는 괜찮은 수입이라지만
우리 부부의 요구치가 조금 높았나보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었던 마이너스 통장,
이제는 그 마이너스가 내 마음을 향했나보다
그 마이너스를 반대로 돌리기위해 시작했던 투잡,
하지만 버는만큼 어찌 쓸 일이 그렇게 생기는지
일년 정도의 시간끝에 드디어 괜찮은 알바를 찾았었다
이제는 과거형이지만
나보다 어린 사장이 운영하던 치킨집,
마음도 잘 맞고, 나이에 비해 성숙했던 그 친구,
구정을 앞두고 제수씨와 잦은 다툼을 이어가더니
구정연휴에 가족들과 서울 친가에 다녀온다고 했다
잘 풀렸다보다, 하고 안심했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물론 배민클럽 이라는 악재가 있긴했지만
구정연휴가 끝난지 보름도 안되어 폐업을 선언했다
나는 그나마 술 한잔 하면서 직접 들었지만
같이 일하던 직원 두명은 그마저도 전화로 통보받았다고한다
좋은게 좋은거다..
내가 직원들이 없을때 2인분을 했으면 괜찮았을지도..
말도 안되는 일에 '내 탓이오'를 외쳐보지만
이미 마이너스로 좀 먹은 마음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누가 그랬다.
본업은 내 살아온 인생을 갈아넣는 작업이고,
투밥은 내 남은 수명을 갈아넣는 작업이라고.
하지만 내게 남은것은 한달반동안 일했던 내 노동의 가치,
겉으로는 좋은 사람인척 다른 직원들부터 챙겨주라고했다
가게 처분되면 그때 줘도 된다고
그게 문제였나보다 나란 사람은
그렇게 반년가까이 호형호제했던 그 친구는
알고보니 구정동안 동남아여행을 다녀왔었다
알고보니 시작부터 찡찡거리던 직원 형 월급은 제 때 챙겨줬다
가게 처분한돈으로 나와 다른 직원의 월급을 주는 대신,
새로운 가게를 오픈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다렸다.
사정 다 아는 처지에, 목구멍이 포도청이겠지
자리 잡으면 해결해달라며 기다렸다
그렇게 지난 시간이 벌써 세달,
그런데 이 친구는 한달만에 또 폐업을 했다며
당장 돈이 없으니 차라리 신고를 해달라고 한다
나만큼 이 친구도 마음이 마이너스였나보다
곱셈에서는 음수와 음수가 곱해지면 양수가 된다
마이너스인 내 마음으로
마이너스인 그 친구의 마음을 위로하며
사업이 아닌 취업을 권유했고,
다행히 그 친구는 얼마지않아 다른 가게에 취직을 했다
그러면서 고맙다며
형 월급만큼은 천천히라도 갚겠다고 말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지않도록
그럼에도 지금도 간간히
sns에서 그 친구와 제수씨의 게시물에서
별거 아닌 일상의 사진이 올라오면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긴 한다
먹고 살라면 당연히 밥은 먹을 수 있는건데,
꽃이 예쁘면 꽃을 보러 갈 수도 있는건데,
애가 있으니 나들이를 갈 수도 있는건데,
나란 사람의 그릇은 참으로 작나보다
그래서 바란다
우연히라도 sns에서 그 둘 부부의 얘기가 전해지지않기를
나란 사람이 얼마나 하찮은지 확인받지않기를
그냥, 그 친구가 말한 그 날짜에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대한 답장이 있기만을 바란다
이렇게, 1년여의 투잡을 청산하고 돌아보니
내 몸은 참 많이도 상해있었다
재충전의시간이랍시고 인터넷을 뒤적이다
'디지털노마드' 란 단어를 접했다
솔직히, 쉬워보였다
그래서 나름의 준비를 마친 후 도전했다
그런데, 내가 제주도에서 살면서 겪고 얻은 정보와 노하우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가며 찾을 정보를 재가공했던 자굼들은
구글이라는 거대한 로봇이 보기에는
'가치가 없는 정보' 일 뿐이었다
마이너스가 된 마음 위로 비수가 네번이나 떨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주제로, 다른 플랫폼으로,
나름의 방법으로 참 열심히도 했다
그 와중에 소기의 성과도 있었고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 상태로는 오프라인의 투잡을 대체할 순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회사의 생산직 직원이 다쳤다
축구를 하다가 크게 다쳤다
결국, 회사를 위해 나는 그 친구를 대신해 현장으로 향했다
벌써 현장일을 다시 시작한지도 한달이지만,
내 몸은 아직도 적응이 덜 됐는지
하루하루 퇴근하면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사랑하는 가족들은 지금 곁에 없기에
내 아픈 모습은 보지 못할듯하다
다행이다
야심차게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며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벌써 세달,
뚜렷한 성과는 없고 마이너스 통장은 점점 무거워진다
이제 한달이면 가족들도 다시 곁으로 돌아오는데,
이제는 정말 다시 투잡을 시작해야될거같은데,
이 몸으로 가능할지,
이 마음으로 가능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많이
즐겨듣는 노래 가사엔 이런 말들이 나온다
'날 믿을 수 없을땐 어떡해야 하나요'
'넘어지는 게 아직 너무 어려운가봐'
'누구라도 말해줘요'
내 얘기같다
그렇게 지친 마음을 노래위로 뉘인다
저번주에는 또 정말 개고생을 했다
남들은 운동을 하러 올라가는 오름에
벤치를 3개나 혼자서 날랐다
솔직히 많이 무겁진 않았다
거리가 문제였지,
땅 파는게 힘들어서 문제였지,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생각보다 지게가 무거웠다
넘어져서 다쳤다
이상하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다친 몸은 금새 괜찮아졌는데,
다친 마음은 덜 아물었는지
그때부터 배탈이 왔다
이틀은 굶고, 하루는 죽으로 때우니
이제는 간신히 입으로 음식이 넘어간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입으로 음식이 넘어가기 시작하니,
헛헛한 마음을 달래자는 핑계로 술을 찾았다
그런데 너무 썼다
살면서 처음으로 술을 마시다
맛이 없어서 멈췄다
그러던 오늘,
유난히 마음이 힘들었던 날,
기상 전후로 연락을 주기로 했던 아내가 연락을 안했다
그전의 내용으로 많이 힘들었을걸 안다
투정을 부렸다
걱정되니 아무리 피곤해도 톡 하나 정도는 남겨달라고
그런데 집나가면 개고생이라고,
예상과는 너무 달라진 여정에 나보다 더 고생인 아내에겐
이런 나의 투정도 너무 과했나보다
입맛이 쓰다
마음이 좀 아프다
엊그제 맛이 없어서 멈췄던 술을 까야겠다
그러면서 생각 좀 해봐야겠다
이런저런 생각,
마음에 온 감기를 낫게 할 방법을 떠올려봐야겠다
오늘은 밤이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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